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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건설경제
[생산성 혁명! 스마트건설이 온다 - 2부 싱가포르] <3> 레고처럼 건설하라(모듈러)
계획단계부터 모듈러 건축 고려·공장서 대부분 제작, 현장서 실행
BIM 병행, 신개념 생산과정 진화·인력ㆍ시간 줄이고 안정성은 높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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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쌍용건설과 대우건설이 시공 중인 싱가포르 북부 우드랜즈 종합병원 건설현장은 BIM 외에 모듈러 공법으로도 유명하다. 싱가포르 내 대형건물에서는 처음으로 전기ㆍ통신ㆍ가스ㆍ수도 등 각종 배관이 PMU(공장 제작 모듈러 유닛)로 설치된다. 복도를 따라 천장 밑에 설치되는 PMU(가로ㆍ세로 2m, 길이 6m)의 개수는 총 3358개나 된다. PMU 내에 들어가는 배관의 수는 16∼20개다. 엄경륜 쌍용건설 현장소장은 “사실상 모든 배관이 공장에서 사전 제작돼 현장에서는 연결하기만 하면 된다. 이를 통해 3개월 정도 공기 단축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 GS건설이 단독 시공하는 싱가포르 남서부 T301 지하철ㆍ버스 차량기지에는 PC(프리캐스트 콘크리트) 구조물이 5만8000개 투입된다. 당초에는 13만개로 설계됐지만, GS건설이 사전 제작 분량을 늘렸다. 이를테면 I형 PC를 연결해 ‘ㄱㆍㄴㆍㅁ’ 등의 형태로 만든 것이다. 덕분에 현장작업이 줄었고 안전도 강화됐다. 오세호 토목부문 소장은 “사실 발주처는 시공사의 설계변경을 꺼린다. 그러나 사전제작 PC가 절반 이하로 줄어들자 발주처도 기꺼이 받아들였다”고 소개했다.
BIM(건축정보모델링)과 더불어 싱가포르의 건설 생산성 향상을 이끌고 있는 또 다른 축은 모듈러다. 싱가포르에서는 DfMA(공장 제작 및 조립방식ㆍDesign for Manufacturing and Assembly)로 통한다.
싱가포르 건설청(BCA) 측은 “모듈러가 현장 외 제조를 용이하게 하는 기술의 사용을 설명하기 위한 일반적인 건설용어라면, DfMA는 건설 생산성을 높이고 설계ㆍ시공 프로세스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건설산업의 새로운 접근법”이라고 설명했다. DfMA는 건축물의 계획단계에서부터 시도되는 개념이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실행(시공)단계에 들어서면 모듈러나 DfMA나 같은 의미로 이해된다.
온사이트(현장)가 아닌 오프사이트(현장 밖)에서 더 많은 작업을 계획하는 DfMA는 건설 생산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건축물 건설에 필요한 인력과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에 그만큼 현장의 안전성이 높아지고, 현장 주변 생활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최소화할 수 있다.
계획단계부터 모듈러를 고려한다는 측면에서 DfMA는 BIM과 별개가 아니라, 함께 병행해 작업이 이뤄진다. 실제 BCA의 BIM 가이드에는 DfMA를 위한 가이드(BIM for DfMA)가 별도로 존재한다.
싱가포르의 모듈러 공법은 1988년 건축물의 뼈대를 이루는 PC(프래캐스트 콘크리트)에서 시작됐다. 싱가포르는 국토 면적이 서울과 비슷한 도시국가이기 때문에 건설에 필요한 골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말레이시아나 인근 국가에서 수입해야 하는데, 골재를 수입해서 시멘트를 만들어 현장에서 타설하는 것보다는 아예 해외에서 PC를 만들어 운반하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에서 PC를 적극 도입했다. T301의 발주처가 GS건설의 제안을 수용한 배경도 PC 사용의 극대화에 있다. 현재 싱가포르 정부에서는 건축물 골조의 65% 이상은 PC로 짓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활성화된 PBU(공장 제작 조립식 화장실 유닛)는 건축물 내부에 적용된 첫 모듈러다. 싱가포르의 주거시설은 처음 방문하더라도 이전에 한번 와봤던 느낌이 드는데, 바로 PBU 때문이다. 싱가포르는 현재 건축물 화장실은 100% PBU로 시공하고 있다.
PC와 PBU를 거친 싱가포르의 모듈러는 MEP(기계ㆍ전기ㆍ수도)와 PPVC(조립식 프리마감 형체 제작ㆍPrefabricated Prefinished Volumetric Construction)로 발전했다. MEP는 기계ㆍ전기ㆍ수도와 관련된 배관을 공동구 형태의 모듈러 박스로 만들어 설치하는 것이다. 우드랜즈 종합병원의 PMU와 비슷하지만 규모 면에서는 PMU가 훨씬 크다. 각종 배관의 모듈러는 건설공정의 효율성을 극대화한다.
엄경륜 소장은 “예컨대 전통적인 방식으로 지을 경우 전기배선을 설치하려면 바닥공정은 모두 스톱된다. 그러나 PBU는 거의 동시에 작업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2014년부터 본격 적용되고 있는 PPVC는 모듈러 공법의 집대성으로 평가된다. PBU를 모든 건축물 구성단위로 확장시킨 개념이다. 특히, 콘도미니엄, 호텔, 호스텔, 요양원, 기숙사 등 다중이용시설에 유리하다.
BCA에서 발간한 PPVC 가이드북에 따르면, PPVC의 모듈 유닛 수는 거주자 수에 따라 달라진다. 방 2개의 일반적인 모델의 경우 △거실 및 식당(LRDIN) △내장 욕실이 있는 침실(B2-IBB) △내장 욕실이 있는 메인 침실(MB-IBB) △키친(KIT) 등으로 짜여진다. 거주자 수가 늘어나면 추가 모듈을 붙이면 되는데, 총 모듈 수는 8개까지 가능하다. PPVC의 생산시스템은 싱가포르 콘크리트연구소(SCI)와 구조강철협회(SS)가 관리하는 인증제도(MAS)에 따라 관리되고 있다.
초창기 콘크리트를 사용해 저층 위주였던 PPVC는 최근 철재로 바뀌면서 고층화되고 있다. 프랑스 브이그건설의 자회사인 드르가지 싱가포르가 시공한 주거시설 ‘클레멘트 캐노피(2개 동, 505가구)’는 모듈러 건축물로는 세계 최고인 40층을 자랑한다.
2014년 3개에 불과했던 PPVC 건축물은 2018년 30개까지 늘어났다. 자신감을 얻은 싱가포르 정부는 PPVC 제도화를 서두르고 있다. 현재 민간 주거시설의 경우 정부가 토지임대를 해주는 특정 지역(GLS)에 대해선 반드시 PPVC를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HDB(주택개발청)는 올해 공공임대주택의 35% 이상은 PPVC로 짓겠다고 선언했다.
BCA 측은 “PPVC는 DfMA 개념을 지원하는 획기적인 기술이자 생산성 향상에 있어 가장 효율적이고 완전한 원칙 중 하나”라고 강조한 뒤 “PPVC 건물은 기존 건물과 다를 바 없고 오히려 창의적인 디자인을 적용할 수 있다. 지속적인 혁신과 개선을 통해 싱가포르 내 건축물의 PPVC 채택을 통합ㆍ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