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출처 : 건설경제
정보기술(IT)은 집단과 조직 간의 경계를 없애고, 연결하고 소통하고 융합하면서 비용을 낮추고 부가가치를 극대화한다. 하나의 플랫폼에서 참여자들이 생산한 정보를 시간 공간적 제약 없이 자유롭게 확산하고 공유하면서 발전한다. 4차 산업혁명도 마찬가지다. 이질적인 아이디어와 집단이 모여서 융합하면서 거래비용은 낮아지고 효용은 극대화된다. 새로운 산업이 탄생하기도 한다.
IT와 정보화 시대를 거쳐, 4차 산업혁명이 화두인 지금, 관련 기술은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설 분야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수용이 늦다. 건설산업의 법과 제도, 생산방식은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건설은 계획에서 설계·시공 그리고 유지 관리에 이르는 과정이 길고, 다양한 주체가 참여한다. 이러한 시간적 공간적 복잡성은 4차 산업혁명으로 일컬어지는 건설 분야 혁신에도 걸림돌로 작용한다.
건설생산 단계마다 다양한 IT 기술이 접목되고 있다. 건설의 4차 산업혁명은 빌딩정보모델링(BIM)의 활성화로 요약할 수 있다. BIM은 건설 산업 전반에 도입된 IT와 공간 정보화 기술을 통칭한 것이다. 원가계산을 하고, 3차원의 도면을 그리고, 구조를 해석하여 설계하고, 공사에 투입될 자원을 산출하기 위해 개발되고 상용화된 모든 기술을 포괄한다. 시공 단계에서는 시공 순서를 시뮬레이션 하여 공종 간 혼선을 없애고 시간과 비용도 절약한다. 가상현실(VR)을 활용해서 완성될 건축물을 미리 살펴볼 수도 있다. 나아가서는 로봇 시공이나 제조 방식의 시공, 3D 프린터로 찍어 내는 것도 포함된다. 외국뿐 아니라 국내에서 개발된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다.
조달청도 IT를 활용하고 있다. 1990년대부터 원가계산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공공 발주자, 설계사와 공유하고 있다. 처음에는 조달청 내부에서 원가계산 보조 수단으로 사용하였다. 이후 웹 기반으로 개편하고 자재 가격 등의 콘텐츠를 지속 보완하여 공공기관들과 설계사들이 같이 활용하는 원가계산 플랫폼으로 발전하였다. 2019년에는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공사의 투입 비용을 예측하는 시스템도 도입된다. 2000년 초에는 현장 정보화 시범 사업을 시작했다. 각 현장에서 오프라인 방식으로 생산되는 자료와 의사결정 체계를 온라인으로 처리해서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다. 다만, 각각의 공사현장과 민간기업, 그리고 공공기관을 연결하는데 따른 사이버 보안 문제점이 제기되었다. 현재 민간 시스템으로 대체하고, 보완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하도급지킴이’라는 시스템도 있다. 공공건설 사업의 하도급 대금관리 체계를 투명하게 집행하는 것을 목적으로 개발되었다. 하도급 계약과 대금지급, 노무비까지 전자적으로 처리된다. 하도급지킴이에서 지불된 하도급대금, 노무비 등 총 금액은 올해의 경우 9월말 현재 13조8000억원 규모이고, 전년 동기 대비 2.2배 이상 증가했다. 조달청이 관리하는 현장에는 하도급지킴이 운영 전담자를 배치하여 운영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공사 현장 출입관리도 디지털 방식으로 변경하여 현장의 정보화 수준을 업그레이드하고, 인력 투입과 비용을 투명하게 할 예정이다.
2010년부터는 BIM을 도입하여 활성화하고 있다. 조달청이 관리하는 공공사업 중 500억 원 이상의 주요 사업에는 BIM을 적용해서 설계 도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2016년부터는 의무화 사업을 모든 사업으로 확대하고, ‘조달청 시설사업 BIM 적용 기본지침서’도 발간하여 BIM 기반 사업의 표준으로 활용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많이 사용하는 BIM 툴은 설계 단계에서 3차원 시뮬레이션을 위주로 하는 프로그램이다. 모두 외국에서 개발된 모델이다. 올해 시공단계에서 사용할 수 있는 한국형 BIM 프로그램이 조달청 ‘벤처나라’에 등록되었다. 시공과정을 3차원으로 점검하면서 물량을 산출하고 시공 정밀도를 높이는 프로그램이다. 우수제품으로도 구매 할 수 있도록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다양한 BIM 소프트웨어가 개발되고 확산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조달청을 포함한 공공기관과 건설회사·설계사 등 민간 기업에서 IT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학계에서는 4차 산업 혁명의 촉진을 위해 연구가 한창이다. IT 관련 기술은 충분히 성숙되었다. 4차 산업혁명을 통한 건설 산업 혁신이라는 공감대도 형성되어 있다. 건설의 4차 산업혁명은 모든 참여자가 함께 하여야만 가능하다. 올해는 학계와 건설업계 그리고 공공기관들이 함께하는 실무자 협의체를 구성한다. 그 동안 분야별로 각각 도입하고 추진하던 건설 정보화 현황을 공유하고 공통의 플랫폼을 완성하기 위함이다. 이제는 섬(Island)처럼 단절되어 발전하고 있는 단위 단위들이 함께하고 연결하여 시너지를 극대화하여야 한다.
장경순 조달청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