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출처 : 건설경제
7년째 BIM(빌딩 정보 모델링) 팟캐스트
![]() |
‘덕업일치’ 요즘 말로 취미와 직업이 일치한다는 의미다. 일을 취미로, 취미를 일로 하는 건 모든 직장인들의 꿈이다. 이런 덕업일치를 실현하고 있는 사람이 강태욱 한국건설기술연구원 ICT융합연구소 수석연구원이다. 주중에는 BIM(빌딩 정보 모델링)과 첨단건설기술을 연구하고, 주말에는 연구성과와 기술 트렌드를 소개하는 팟캐스터로 활동하고 있다. 어렵게 느껴지기 쉬운 BIM과 건설기술 등을 알기 쉽게 소개하면서 건설인뿐 아니라 일반인까지 청취자가 늘면서 올해 팟캐스트 방송 조회수가 16만 건을 넘어섰다. 전문 기술용어도 예를 들어 문외한도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는 모습은 수년간의 방송경력을 짐작하게 한다. ‘수다떠는 걸 좋아한다’라고 자신을 소개한 강 박사를 만났다.
△방송을 시작한 계기는?
-2011년에 책을 설명하는 용도로 시작했다. ‘BIM의 원리’라는 책을 출간했는데 독자들로부터 내용이 다소 어렵다는 얘기를 들었다. 함수, 선형대수 등 복잡한 이론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설명을 녹음했다. BIM의 개념과 역사부터 시작해서 BIM 툴, 구성, 만드는 법 등을 담았다. 스마트폰의 운영원리를 알면 앱을 개발하고 활용할 수 있듯 BIM 툴의 구성을 알면 기술 개발, 발전, 아이디어 제시가 가능하다. 방송을 통해 국내 기술 개발과 외국 기술의 국산화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시작했다.
△방송 형식과 내용은?
-건설 관련 사례를 알기 쉽게 짤막하게 요약해 전달하는데 △BIM 다이제스트(BIM Digest) △컴퓨터 그래픽스 다이제스트(Computer Graphics Digest)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다이제스트(Software Engineering Digest) 등 세가지 카테고리로 돌아가면서 한 주에 하나씩 진행한다. 보통 일요일 정오에 업로드하는데 분량은 10∼15분 정도다.
BIM 다이제스트에서는 애초에 방송을 시작했던 용도대로 새로 출간하는 책을 설명한다. BIM 첨단기술과 최신 동향, 외국 사례도 비중 있게 소개하고 있다. BIM과 연계되는 스마트 시티, IoT 등도 망라한다. 그래픽스 다이제스트는 컴퓨터 그래픽 기반의 디자인, 좌표, 라이브러리 등 시각과 기하적 요소에 관련된 방송이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다이제스트는 소프트웨어의 운영체제, 플러그인 등 툴과 그 구조, 활용에 관한 내용을 다룬다.
건설과 4차 산업혁명, IoT 기반 건설 지능화 이야기, BIM 최신 솔루션 동향, BIM 소프트웨어 동향 등을 다룬 방송들이 나갔다. 건설과 IoT, 건설 지능화(AI), VRㆍAR과 같은 기술도 다룬다. 최근 국내외에서 이슈가 되는 건설분야, 융합기술 및 제도를 주로 주제로 선정한다. 최신기술을 적용할 때 제도적 문제점이 있는지 짚어보고 발전방향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방송을 들어보니 BIM뿐만 아니라 스마트빌딩과 사물인터넷에 대한 소개도 많다.
-스마트빌딩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다. BIM은 한 마디로 3차원 건설정보 모델링, 3차원 건설정보 개발방법이다. 3차원의 설계도면에 문, 창, 배관, 설비 등 모든 요소의 위치, 자재, 특성 등 정보가 포함된다. BIM이 정보를 담고 있기 때문에 스마트 빌딩의 기초가 될 수 있으며, 사물인터넷 역시 센서로 정보를 건물 정보를 모으기 때문에 모두 BIM과 관련이 있다다.
△건설산업도 4차 산업혁명이 이슈다.
-현재 우리는 4차 산업혁명에서 언급되는 IoT, 무인 자율자동차, 드론, 로보틱스, 인공지능, 스마트시티, 신재생 에너지 등 모든 분야에서 선진국에 뒤처져 있다. 선진국에 대한 기술적 종속도가 매우 크고 오픈데이터 정책도 미비한 수준이다. 특히 기술, 표준 제도 등은 지속성을 바탕으로 꾸준히 개선해 나가야 발전이 있다. 정부에서는 국가 발전을 위해 이와 관련된 지속성 있는 정책, 제도적 지원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기술들이 큰 시장을 만드는 것은 분명하다. 건설과 건축 종사자들이 이를 잘 활용해야 한다. 여태껏 제조업에서 쓰였던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 전략으로는 어림도 없다. 디지털 플랫폼 지향적 사고를 해야 한다. 하드웨어 기반이 아닌 운영체제, 플랫폼을 개발하려는 움직임이 필요하다. 또한 디지털 융합기술 산업이 자리잡기 위해서는 앞서 말한 것처럼 정부, 업계 등 각계의 노력이 필요하다.
△청취자 반응은 어떤가.
-지난해 총 시청 클릭 수는 15만3640건이고, 올해는 1월부터 8월 집계까지 16만5386건이었다. 건설ㆍ건축 관련 일을 하는 학생과 연구원, 업계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한번은 영국의 박람회에 참가한다는 내용을 얘기했는데, 영국 유학생이 만남을 요청해 BIM 관련 진로 상담을 해준 적이 있다. 이 밖에도 방송을 듣고 찾아오는 청취자들이 있어서 집이나 회사 근처에서 만나 질문에 대한 답을 해주기도 한다. 산업이나 연구에 대한 최신 주제가 많아 트렌드 파악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드론 기반 3D 스캔과 관련된 방송은 최신 융합기술이라 일반인들도 관심이 많다.
△준비하는 데 시간이 많이 들 것 같다.
-매주 주말 아침에 한 시간 정도 자료를 정리하며 방송을 준비한다. 평소에 구글링으로 외국 사이트를 뒤져가며 건설, 건축과 관련된 기술, 제도, 문화 등 관심있는 이슈를 공부한다. 그리고 자료를 정리해 틈틈이 블로그에 글을 쓴다. 대표적으로 BIM 원리 사이트(BIM Principle Site)를 운영한다. 사이트에 올리는 내용을 방송으로 전달하는 경우가 많다. 이외에도 건축이나 건설 엔지니어 친구들과의 모임을 통해 정보를 얻기도 한다. 집에서 녹음하기 때문에 생활소음이 들어간다. 가끔은 아이들 떠드는 소리나 밖에 차 지나가는 소리도 들리고 뭐하냐고 묻는 아내의 목소리도 들어간다.
△팟캐스트 이외에도 다양한 활동을 하는 걸로 안다.
-대디스 메이커(Daddy’s Maker)라는 블로그를 운영한다. 오픈 소스를 가지고 소프트웨어, 센서, 코딩, 로봇 만들기 등을 실제로 해보고 그 과정에 대한 시행착오와 노하우를 나누는 공간이다. 학생, 종사자가 따라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적이다. 유투브 채널도 갖고 있다. 이곳에는 드론, 로봇, 스캐너 등을 만들고 실험하는 과정과 연구한 결과, 미디어아트를 전시하는 과정 등을 영상으로 공유한다. 가끔 아이들과 함께 실험하는 모습을 담기도 한다.
사람들은 굳이 왜 이런 ‘잉여짓’을 하냐고 궁금해하기도 하는데 스스로 공부도 되고 지식을 정리할 수 있으며 지속적인 커리어 포트폴리오가 된다. 무엇보다 오픈소스 방식으로 지식을 문서화하고 공유하면서 사회에 공헌한다는 의미가 있다. 메세지를 전달해 약간이라도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남기는 걸로 만족한다. 팟캐스트, 블로그, 유투브 등에 쌓인 내용을 종종 정리해서 e-book, 슬라이드쉐어로 나누거나 책으로 출판한다. 나는 사람들과 기술 관련 노하우를 나누며 보람을 느낀다.
△최근 꽂힌 방송 주제는.
-딥 러닝(deep learning)이다. 학습하는 인공지능인데 이는 역설계와 스마트 빌딩에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오래되거나 설계가 복잡한 건물에 설계도면이 없는 경우가 많다. 이 건물을 3D 스캐너로 인식해 역설계할 수 있다. 또한, 건물의 온도, 습도 등 환경 정보를 측정 센서로 모으고 데이터화할 수 있다. 이는 스마트 빌딩의 기초가 되며 앞으로 큰 시장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해외에서는 이미 딥 러닝 분야에 활발한 투자를 하고 있다. IBM에서 AI 왓슨을 이용해 스마트빌딩을 운영하는 사례를 최근 방송에서 소개했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오픈소스 문화가 확산됐으면 좋겠다. 해외에서는 기술과 사례에 대한 공개와 공유가 상당히 활발한 편이다. 반면, 국내에서는 해외 이슈, 연구 자료와 노하우를 숨기는 엔지니어들이 많다. 장기적으로는 BIM 분야가 커지려면 서로 정보와 신기술을 공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