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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건설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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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높이를 검토하다 오류를 잡아낸 BIM 자동체킹 프로그램 |
국내 건축업계에서 꼽는 가장 큰 애로사항은 인허가다. 전문성 없는 공무원의 보수적 심사는 건축사들을 늘 곤란하게 만들고, 건축주는 비용 증가로 골머리를 앓는다. 이를 위해 국가건축정책위원회는 인허가 법규를 단순화하겠다는 약속을 내걸기도 했지만, 현실적으로 지자체마다 건축조례가 달라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런데 의외의 곳에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나타났다. 바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AI 기술을 기반으로 한 BIM의 자동체킹 기술이다.
김인한 경희대 교수 연구팀이 5년에 걸쳐 개방형 BIM을 기반으로 건축제법규를 자동체킹하는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국토교통부는 2013년부터 개방형 BIM과 자동화 기술에 관련된 R&D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왔고 김인한 교수팀이 개발한 기술이 대표적 사례다.
현재 국내 건축물 인허가 과정은 비효율적이기 이를 데 없다.
건축주와 건축사가 협의해 기본적인 계획도면을 작성하면 각종 건축법과 주택법 외에 국토부 고시 등 수백가지 이상의 규정에 맞춰 다시 상세도면을 작성해야 한다. 이후 인허가 행정서류들과 함께 건축허가 및 사업계획 승인 등을 ‘세움터’라는 온라인 건축행정시스템에 접수시키면 제출된 도면(평면도·입면도 및 단면도 등)만으로 약 7∼30일 기한 내에 담당 공무원 1인이 건축허가 건에 대해 모두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약 30∼40여개 관련부서 간 협의도 거쳐야 한다. 만약 신규 공무원이나 협력부서의 공무원이 건축지식이 약간이라도 부족하다면 도면 파악이 어렵거나 해당 규정 검토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허가권자인 담당 공무원들은 매우 보수적으로 검토를 진행하고, 이 가운데 애매한 법 조항으로 협의가 진행되지 않으면 국토부에 질의회신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김인한 교수팀이 개발한 개방형 BIM 기반 건축제법규 자동 체킹기술을 활용하면 1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 시간 안에 법률 오류가 체킹된다. 게다가 이 모든 것이 무상으로 제공되는 개방형 BIM 플랫폼에서 이뤄진다는 점이 혁신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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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간 높이를 체크하는 BIM 자동체킹 프로그램 시연 모습 |
김인한 교수는 “이 기술을 통하면 법규조항에 대한 로직과 관련 뷰(2D 평면·입면·단면 및 3D 뷰)를 제공해 좀더 명확하고 직관적으로 결과를 도출해내 도면 검토에 걸리는 시간을 수천분의 1로 단축할 수 있다”며 “특히 건축관련 지식이 부족한 관련부서 간 협의 시 발생하는 행정적 실수를 감소시키기에 인허가 과정에서 반복되는 불필요한 노동인력과 시간을 절감하고 특히 문제점에 대한 사전 파악이 가능해 허가권자는 신뢰도를 높이고 건축사는 창의적 디자인에 집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동체킹기술은 절차 시작 전 설계사에서 언제든 법규 사전검토가 가능하다. 작성된 모델을 BIM 데이터 표준인 ifc로 변환해 KBim 애세스 라이트(Assess-Lite) 프로그램에서 로드한 뒤 실행하면 인허가에 필요한 건축 관련 법규들이 자동으로 검토된다. 이 결과는 다른 BIM 응용 소프트웨어와 견줄 수 있는 3D 모델 뷰어 외에 ifc 모델로부터 추출된 2D 도면과 함께 제공된다. 또한 스프레드시트, BCF의 형태로 추출되는 보고서 기능을 활용해 전체적인 오류사항들을 검토할 수도 있다.
김인한 교수팀과 공동연구한 코스펙이노랩 측은 실제 세움터에 올라온 건축 도면을 바탕으로 자동체킹을 시연했다. 그 결과 AI는 계단 간섭, 층고 법규 오류 등을 빠른 속도로 잡아냈다. 층고가 2m 이상인데 1.98m로 설계됐거나 계단 손잡이가 실제 사람이 잡기에 불편한 높이에 설계된 점까지 잡아냈다. 더 놀라운 점은 AI가 문과 계단, 창문과 같은 객체를 자동으로 인식했다는 점이다. 설계자가 객체 입력을 놓친 부분을 AI가 입력된 데이터만으로 유사성을 도출해 객체를 인식하고 설계자에게 지적한 것이다.
김구택 코스펙이노랩 대표는 “AI 기반의 자동체킹 기술은 사람보다 훨씬 정확하고, 사람이 하는 사소한 실수를 저지르지 않기에 설계감리 부분에서 담당자들의 업무 85% 이상을 줄여줄 수 있다”고 자신했다.
김인한 교수가 개발한 해당 기술은 이미 싱가포르에 수출된 상태다.
싱가포르의 건설청 BCA는 김 교수가 개발한 기술을 그대로 싱가포르에 이식해 SBIM 애세스(Assess)를 조만간 상용화할 방침이다. 그 외 중국과 홍콩, 대만이 관심을 보이며 BIM 기반의 자동체킹 기술 도입을 준비 중이다.
김인한 교수는 “컴퓨터가 사람보다 정확한 것은 이미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라며 “AI 기반의 개방형 BIM 자동체킹 기술의 상용화는 인간이 더 창의적인 업무에 종사할 수 있도록 돕는 매우 혁신적인 전환점”이라고 말했다.